봄은 미세먼지와 황사, 꽃가루까지 불청객을 데려온다. 우리 몸에서 호흡을 담당하는 폐(肺)는 비명을 지른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앓는 이들에겐 유달리 고통스러운 계절이다. 국내 COPD 환자는 약 300만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실제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23만명이다. 전체 환자의 5%만이 치료를 받고 있는 셈이다. 국내 사망원인 7위이지만, 조만간 3위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포항성모병원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한 COPD 적정성평가에서 총 95.39점을 받아 3년 연속 1등급을 획득했다. 호흡기내과 김성자 주임과장을 만나 COPD 관련 궁금증을 물었다. - COPD란 어떤 질환인가.
△ 해로운 입자나 가스, 담배연기 등의 흡입으로 생기는 염증 때문에 기도가 좁아지다 결국 서서히 폐쇄되는 질환이다.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공기가 몸 밖으로 나가지 않고 허파에 쌓이고 제때 빠져나가지 못한 공기가 허파에 쌓이면 숨을 들이마실 공간까지 부족해진다. COPD 환자들이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들이마시기 힘들다고 말하는 이유다.
-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
△ 흡연이다. 폐암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COPD와 훨씬 더 밀접한 연관이 있다. 만성기관지염이나 호흡기감염도 폐질환 원인으로 꼽힌다. 이밖에 직업성 분진이나 화학물질, 대기오염, 낮은 사회경제적 수준도 영향을 미친다. 위험인자가 다양한 탓에 비흡연자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 호흡이 가빠지고 기침이 많아진 것을 단순히 노화현상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는데.
△ 실제로 나이가 들면 노화로 인해 호흡 기능이 떨어져 숨 쉬기가 힘들어진다. COPD 환자의 경우 호흡기능의 저하 속도가 훨씬 빠르다. 사실 일상생활에서 호흡 기능 저하를 인지하기란 매우 어렵다. 만약 걷거나 앉아 있는 등 일반적인 신체활동만으로도 호흡이 쉽게 가빠진다면 질환이 꽤 진행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 COPD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 폐활량을 측정하는 폐기능검사가 필수로 이는 호흡기를 입에 대고 숨을 크게 내쉬는 검사다. 흔히 혈압이나 혈당 검사는 자주 받지만, 폐기능검사를 받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국내 COPD 환자 중 폐기능검사를 받은 환자는 30%에 불과하다. 결국 일상생활에서 숨을 쉬기 힘들어진 상태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폐활량은 혈압이나 혈당처럼 변동이 크지 않기 때문에 6개월에 한 번, 최소 1년에 한 번 검사하면 된다.
- 폐활량 자가진단 방법이 있다면.
△ 간단한 방법으로 폐기능을 검사해볼 수 있다. 바로 6분걷기. 6분동안 걸을 수 있는 최대한의 거리를 걷고 그 거리를 재보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55세의 6분걷기 거리는 500m, 75세는 400m 정도다. 만약 그 이하라면 COPD를 의심해봐야 한다. 매년 기록을 측정했을 때 전년도보다 30m이상 거리가 줄었다면 폐기능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볼 수 있다. 혹은 비탈길을 걸을 때 나이 또래보다 비교적 호흡곤란이 더 심하다고 느껴지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
- COPD 환자에게 어떤 치료가 도움이 되는가.
△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이다. 미세먼지와 황사가 심한 날에는 가급적 실내에 머무르는 것이 좋다. 외출시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 후 손씻기를 습관화해야 한다. 폐렴이나 심장기능 이상 등으로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최근 3년간 월별분석 결과 봄철에 환자 수가 가장 많았다. 다가오는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려면 치료가 빠를수록 좋다. 봄이야말로 COPD 치료의 최적기다. 포항성모병원 호흡기 내과 김성자 과장 문의 054-260-8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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