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은 신체의 혈당을 적절하게 떨어뜨리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에 문제가 있어 생긴다. 당장 혈당이 높은 것도 문제지만 수십 년이 지나서 생기는 각종 합병증이 더 큰 문제가 된다. 당뇨병이 무서운 이유는 낫는 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들도 당뇨병에 걸린다. 인슐린이 아예 안 나오는 경우를 ‘1형 당뇨병’, 인슐린은 나오는데 작용을 제대로 못 하는 경우를 ‘2형 당뇨병’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주로 1형 당뇨병에 걸리기 때문에 1형 당뇨병을 그냥 소아 당뇨병으로도 불렀는데, 어른들도 1형 당뇨병에 걸릴 수 있고, 2형 당뇨병에 걸린 어린 연령대의 환자도 늘고 있어 소아 당뇨라는 표현은 이제 잘 안 쓰게 되었다.
2형 당뇨병은 보통 집안 내력을 가지고 있고, 비만에 이어 생기는 경우가 많다면, 1형 당뇨병은 가족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면서 특별한 이유 없이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1형 당뇨병의 치료에는 인슐린 주사가 절대적이다. 먹어서 흡수되는 호르몬이 아니어서 주사로 줄 수밖에 없다. 식사를 통해 들어오는 당분을 처리하기 위해 주로 식전에 투여를 하며, 전체적인 혈당 조절을 위한 기저 인슐린이라는 것도 보통 하루 한번은 맞게 된다. 하루 세 끼니의 식사를 하므로 인슐린 주사를 하루에 4회는 맞게 되는 것이다. 2형 당뇨병의 경우에는 인슐린 주사보다는 체내 인슐린 작용을 도와주는 먹는 약제가 주된 치료가 된다.
아이들이 당뇨병에 걸리게 되면 그 병을 갖고 살아야 하는 기간이 어른이 되어서 걸렸을 때보다 훨씬 길어지기 때문에 합병증의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게 되는 것이 문제다. 현실적으로 그 아이를 돌보는 젊은 부부에게 갑자기 던져진 엄청난 과제가 되어 버린다. 살아오면서 생기는 다른 문제들은 그 순간 사소한 것들이 되고 만다. 혈당을 자주 확인하고 인슐린 주사를 잘 맞게 하고 식이 조절과 운동을 해야 한다. 합병증이 생기지 않았는지 검사도 적절히 받아 보아야 한다. 혈당조절이 잘 안 되면 입원해서 며칠을 보내는 경우도 생긴다. 어릴 때는 이런 일들을 보호자가 일일이 챙겨주다가 결국은 환자 자신이 스스로 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뇨병에 대한 치료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 5년, 10년 전 치료와는 달라진 부분들이 많다. 의사들도 발전해 나가는 내용을 따라가기 바쁘다.
우선 1형 당뇨병을 중심으로 알아보자. 혈당 측정을 자주 하는 이유는 그때마다 인슐린 용량을 정하거나 저혈당 방지를 위하여 뭔가 좀 먹이거나 운동을 하게 할지 말지 결정하기 위해서이다. 최근에는 ‘연속 혈당측정기’란 것이 나와서 피하에 센서를 심어 두면 한동안은 하루에 몇 번씩 바늘에 찔리는 고통이 없이 혈당 파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인슐린 주사 약제도 계속 다양한 제품이 나오고 있다. 인슐린을 평소 용량대로 맞았는데 활동량이 많거나 식사량이 적은 경우 어느 순간 혈당이 너무 떨어지기도 하는데, 의식까지 저하되어 입으로 뭔가를 먹이는 것이 어려워지는 경우 급하게 혈당을 올릴 수 있는 ‘글루카곤’이라는 근육 주사제를 써야 한다. 이 주사를 구하기 어려웠던 적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어 다행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 면에서 1형 당뇨병의 치료가 점점 발전하고 있지만, 몇 가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점들도 있다.
먼저, 인슐린 주사를 적절히 잘 맞지 못하는 경우가 현실에서는 더러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 있는 시간이 문제가 된다. 예전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나 교육관련 기관에서 여러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는 하는데, 제도적으로 개선돼야 할 부분을 찾아서 빨리 해결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생각해야 할 점은 청소년기와 관련된 것이다. 어릴 때 진단을 받고 치료를 잘 해 나가다가 청소년기에 들어서 뭔가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병에 대한 경계가 덜해진 것도 이유가 될 수도 있고, 생리적으로 성장호르몬, 성호르몬 등 혈당을 올리는 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해지는 시기여서 조절이 잘 안 될 수 있다.
연속혈당 측정기와 인슐린 펌프와 같은 기기들이 더 발전되고 인공지능 같은 기술까지도 더해진다면 편의성이나 효과 면에서 지금보다도 훨씬 더 나은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이고, 유전자 치료나 줄기세포 이식 등의 기술이 임상적으로 성공을 거두게 된다면 완치 차원의 치료도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니 더 이상 1형 당뇨병이 무서운 병이 아닌 시대가 올 수 있을 것이다. 소아청소년과 최병규 진료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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